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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이시다 이라(권남희 옮김) / 20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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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_ 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이시다 이라는 대학 졸업 후 카피라이터를 거쳐 1997년 작가로 데뷔했다. 현대 도시와 젊은이의 모습을 가장 감각적으로 묘사한다는 평을 듣는 작가 이시다 이라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작품 경향, 시대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선구안, 카피라이터의 경력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유려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유명하다. 데뷔작이자 시리즈의 첫 작품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는 제36회 올 요미모노 추리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시다 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뒤를 잇는 차세대 작가이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바쁜 작가로 손꼽힌다. 출간한 작품마다 드라마와 영화 등의 원작으로 우선 검토될 만큼 세태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반면에 사회 이면의 어두움을 끄집어내는 소재 선정으로 매번 문제작리스트에 작품을 올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장르 소화력도 뛰어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시리즈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렌트》처럼 남창(男娼)이라는 다루기 힘든 소재에 도전해 훌륭한 장편을 써내기도 한다. 현재까지도 잡지 창간을 통해 새 작품을 선보이는 등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0년 《Rent》와 2002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의 셋째 권 《뼈의 소리》로 두 차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3년 《4teen》으로 제12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잠 못 드는 진주》로 제13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북두: 어느 살인자의 회심(北斗: ある殺人者の回心)》으로 제8회 중앙공론 문예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1파운드의 슬픔》《슬로 굿바이》《아름다운 아이》 《라스트》 《도쿄 돌》 등이 있다.

옮긴이_ 권남희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지은 책으로 《길치모녀 도쿄 헤매記》《번역에 살고 죽고》 《번역은 내 운명(공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1파운드의 슬픔》《슬로 굿바이》《블루 타워》《도쿄 아키하바라》《밤의 피크닉》《퍼레이드》《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부드러운 볼》《다카페 일기1, 2, 3》《공부의 신》《애도하는 사람》《달팽이 식당》《카모메 식당》《저녁 무렵 면도하기》《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빵가게 재습격》《더 스크랩》《누구》《배를 엮다》《잠깐 저기까지만》《여자라는 생물》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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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27415121 03830
페이지수 3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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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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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돌아왓다. 
이 끊임없는 불안과 고통의 세계로.
-<에필로그> 중에서
 

죽음과 삶, 빛과 어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작가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빛을 발한 소설!

사랑과 죽음의 안타까운 미스터리를 다룬《엔젤》은《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로 제36회 올 요미모노추리신인상을 수상하고《4teen》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 이시다 이라의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눈을 떴을 때, 이미 죽은 채 영혼으로 깨어난 투자회사의 젊은 오너 가케이 준이치. 영혼으로 탄생한 순간 처음 만난 것은 숲속에 자신을 매장하고 있는 의문의 남자들이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시작되어 불행한 유년과 사랑이 없던 청년기를 더듬어 가던 영혼의 기억은 정확히 죽기 전 2년에서 멈춰 버린다.
《엔젤》은 죽음의 미스터리를 작가만의 색채를 덧입혀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사후의 세계에서 영혼으로 존재하는 것들에게 각자의 사연을 만들어주고, 또 그들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생을 반추하는 영혼의 시선을 독자들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만의 세계로 녹아드는 것이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상상도 독자들이 의구심을 품지 않도록 하는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전개는 이시다 이라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준이치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어두운 성격으로 성장해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불현듯 깨달아버린 자신의 죽음을 미처 받아들이기도 전에 영혼으로 존재하게 된 남자. 사람의 따뜻한 정이라곤 전혀 느껴보지 못한 준이치가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 범인에게 복수하려는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교차점에서 혼란은 극에 달하고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죽은 삶’마저 위협하는 잔혹한 진실
이제 모든 것은 그의 선택에 달렸다!


첫 번째 탄생의 순간, 출생과 함께 어머니를 잃고, 악마라고 불리는 냉철한 기업사냥꾼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주인공. 냉철한 아버지는 성인이 된 준이치를 전혀 인정해 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새로 맞은 후처의 자식에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준이치는 10억 엔을 대가로 절연할 것을 요구당한다. 1인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젊은 오너로 성공했지만 그의 삶에 온기라곤 전혀 없다. 집주인이 사라진 것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의 기척이 애초에 느껴지지 않는 집 안, 소식을 궁금해하는 친구도, 심지어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이제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는, 투명인간 같은 삶을 살아온 준이치였다.

두 번째 탄생의 순간 자신의 시체가 매장당하는 장면을 조우하며 세상에 눈을 뜬 준이치. 플래시백을 마치고도 다 알아내지 못한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미스터리. 준이치는 결국 자신이 살해당한 이유와 2년간의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맨 처음으로 할 일은 그동안의 투자금의 흐름을 보는 것. 사무실로 돌아와 전원도 꺼지지 않은 채 돌아가는 컴퓨터를 열어 투자 기록을 확인하다 미심쩍은 투자처를 하나하나 찾아가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다 발견한 영화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알게 된 아름다운 여성 후미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여러 곳에서 줄기차게 들려오는 경고는 준이치의 죽음에 대해 더 이상 알려 하지 말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준이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일까. 자신의 생명을 앗아간 어두운 음모를 추적하는 가운데 사랑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처음으로 힘껏 날개를 펴는 준이치. 하지만 그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오히려 후미오는 위험해진다. 준이치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면서 사랑하는 후미오를 지킬 수 있을까?

사회에서 소외된 한 인간이 죽은 뒤에나마 마음껏 누리는 삶을 통해
생과 사의 비밀을 풀어주는 통쾌한 미스터리!

이 소설은 사후의 삶을 비로소 마음껏 누리는 준이치가 살아 있을 때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진짜 친구, 즐거웠던 일들, 자신을 향한 사랑을 느끼고 점차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간 플래시백이 보여준 그의 삶은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준이치가 직접 찾아 헤맨 진실 저편에는 폭력적인 플래시백이 미처 말해주지 않은 온기 가득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준이치는 자신의 ‘죽음’의 비밀을 알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저렇게 살아왔는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그저 그런 투명인간처럼 살아왔는지를 스스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엔젤》에도 어김없이 일본의 가라앉는 경제를 상징하는 배경이 등장한다. 이 배경을 기반으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부여되는 동시에 추리의 실마리가 독자에게 제공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혼’이라는 신비적인 소재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면서도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오컬트적 추리가 아니라 투자금과 재무제표를 확인해 가며 과학적 추론의 전개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속성으로 전개돼 모든 것의 실마리가 다 공개된 뒤에도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호기심 많은 영혼의 흐름을 따라, 지저분하게 얽힌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은 경쾌하다. 다행히도 작가는 독자를 놀라게 하는 결말이 아니라 독자들이 바라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아마도 사람이라면 이런 삶을 바라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이시다 이라의 마무리는 깔끔 그 자체다.《엔젤》을 읽으면서 외롭게 자신의 운명에 저항해 싸우고 있는 천사와 함께 복수를 마친 독자들은 장을 덮는 순간 개운한 뒷맛이 남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준이치는 거울 속의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희망에 차 있는 동안은 그것이 어떤 희망이건, 확실하게 매달리면 된다. 그때 문득 어린아이의 웃는 얼굴에 네모난 구덩이에 누워 있는 젊은 남자의 데스마스크가 포개졌다. 피투성이가 된 입술과 깨지고 흙 범벅이 된 앞니. 너무 강렬한 이미지에 준이치가 주눅이 들자, 남자아이에게도 그 충격이 전해진 것 같았다. 부목을 댄 다리로 서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타일 바닥을 짚은 작은 손이 눈앞에 보였다.
이 아이는 아직 모른다.
미래를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 34p <플래시백>

“준지로 님의 전달 사항입니다. 준이치 씨는 장남입니다만, 가케이 그룹의 상속권을 일절 포기해 달라고, 아버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소리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준이치 씨에게는 대학을 졸업해도 가케이 그룹 관련 회사 입사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에 하나 아버님이 돌아가셔도 가케이 그룹 및 준지로 님 개인 자산 상속권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
“아들과 절연하는데 무슨 조건이 있습니까?”
“네, 대신 상속권 포기 각서에 사인하시면, 10억 엔의 신탁기금이 준이치 씨의 것이 됩니다. 대학 졸업 때까지는 제가 관리하겠습니다만, 졸업 후에는 마음대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 55~56p <플래시백>

“연습에 몰두해 있는 동안에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내가 왜 죽었는지 그 진상만큼은 확실히 파헤치고 싶습니다.”
“그렇습니까 …….”
고구레 히데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한 가지 조언할 게 있습니다. 오지랖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몰라도 되는 것은 모르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것만큼은 잊지 말아 주세요. 모르는 채 있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려운 이야기군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아는 것은 일방통행입니다. 어떤 사실을 알아 버리면, 모르는 상태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어요. 죽음의 수수께끼를 쫓다 보면 앞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편이 좋아요. 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 104p <현재로 돌아오다>

바이탈 사인을 모니터하던 간호사의 목소리가 수술실에 울렸다.
“혈압 저하. 백십~육십 …… 백~육십 …… 구십~오십 …….”
집도를 한 의사들 사이에 긴박한 시선이 오갔다.
“혈압이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팔십~오십 …… 칠십~사십 …….”
…… 고구레 히데오의 목소리에 준이치는 수술대에 누워 있는 소년을 보았다. 파란 천으로 덮인 소년의 배 위에는 한층 커진 칠흑의 구슬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흙탕물 속의 거품 같은 알갱이가 표면에 무수히 떠올랐다가 깨지면 한순간 열린 구멍으로 주위의 빛을 빨아들였다. 빛을 삼킬 때마다 그 검은 구슬은 커지는 것 같았다. 준이치는 왠지 그 구슬이 주위 모든 것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 163~164p <현재로 돌아오다>

“후미오, 미안하지만, 이따 좀 남아. 할 얘기가 있어.”
기도사키 와타루는 두 손을 머리 뒤로 포개고, 쭉 뻗은 다리를 소파에서 꼬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후미오는 프로듀서 정면에 앉았다.
…… 후미오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랬군. 죽어도 말하기 싫은가 보네. 하지만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용서하지 않을 텐데. 앞으로 『소동』 홍보로 너희는 언론 취재가 엄청나게 들어올 거야. 이하라도 곤란할걸. 너, 이하라하고는 사귀지 않았지? 그렇지?”
준이치는 숨을 죽이고 후미오의 입가를 바라보았다.
“몇 번 같이 식사를 했을 뿐이에요.”
“정말로 그것뿐이야? 식사에 덤은 없었어?”
후미오는 끄덕였다. 준이치는 너무 기쁜 나머지 날아오를 것 같았다. ― 202~203p <천사의 공격>

여성을 온 힘으로 지키는 하루하루는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뿌듯한 충실감을 주었다. 그 충실감은 일찍이 살아 있을 때, 고독으로 지상을 기어 다니고 일만 하던 일상에서는 절대 얻지 못했던 것이었다. 준이치는 생과 사의 신기한 역전 현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죽은 지금에야 비로소 마음껏 살고 있다.
이 세계에서 죽은 이로 존재하는 것은 준이치에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더욱더 살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더 죽어 있고 싶었다.
죽음 속 ‘생’의 달콤함을 느끼고 싶었다. …… 따듯한 바람에 온몸을 감싼 채, 준이치는 눈 아래 가로등을 바라보면서 사후의 생이 한없이 계속되기를 조심스럽게 바랐다. ― 279p <천사의 공격>
 

프롤로그 9
플래시백 17
현재로 돌아오다 79
천사의 공격 190
에필로그 336

작품 해설 339
옮긴이의 글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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