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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시다 이라 (권남희 옮김) /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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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_ 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이시다 이라는 대학 졸업 후 카피라이터를 거쳐 1997년 작가로 데뷔했다. 현대 도시와 젊은이의 모습을 가장 감각적으로 묘사한다는 평을 듣는 작가 이시다 이라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작품 경향, 시대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선구안, 카피라이터의 경력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유려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유명하다. 데뷔작이자 시리즈의 첫 작품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는 제36회 올 요미모노 추리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시다 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뒤를 잇는 차세대 작가이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바쁜 작가로 손꼽힌다. 출간한 작품마다 드라마와 영화 등의 원작으로 우선 검토될 만큼 세태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반면에 사회 이면의 어두움을 끄집어내는 소재 선정으로 매번 문제작리스트에 작품을 올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장르 소화력도 뛰어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시리즈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렌트》처럼 남창(男娼)이라는 다루기 힘든 소재에 도전해 훌륭한 장편을 써내기도 한다. 현재까지도 잡지 창간을 통해 새 작품을 선보이는 등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0년 《Rent》와 2002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의 셋째 권 《뼈의 소리》로 두 차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3년 《4teen》으로 제12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잠 못 드는 진주》로 제13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북두: 어느 살인자의 회심(北斗: ある殺人者の回心)》으로 제8회 중앙공론 문예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1파운드의 슬픔》《엔젤》《아름다운 아이》 《라스트》 《도쿄 돌》 등이 있다.

옮긴이_ 권남희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지은 책으로 《길치모녀 도쿄 헤매記》《번역에 살고 죽고》 《번역은 내 운명(공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1파운드의 슬픔》《블루 타워》 《도쿄 아키하바라》《밤의 피크닉》《퍼레이드》《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부드러운 볼》《다카페 일기1, 2, 3》《공부의 신》《애도하는 사람》《달팽이 식당》《카모메 식당》《저녁 무렵 면도하기》《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빵가게 재습격》《더 스크랩》《누구》《배를 엮다》《잠깐 저기까지만》《여자라는 생물》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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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27414681 03830
페이지수 3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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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남녀의 연애 한 장면을 선명하게 오려낼 수 있다면 좋겠다. 되도록 아무도 쓰지 않은 테마를 아무도 쓰지 않은 방법으로 써 보고 싶다. 어른의 연애소설은 냉혹한 시선으로 관찰한 어두운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 조금
달달하더라도 다 읽고 난 뒤에 편안한 취기를 남길 수 있는 러브 스토리를 쓰고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현대 감각의 묘수, 연애소설의 명수가 그려내는 20대의 사랑
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시다 이라가 정성껏 써 내려간 첫 연애소설집

이 책은 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시다 이라의 첫 연애소설집이다. 잡지 <소설 스바루>에 연재된 작품을 모아서 책으로 펴냈다. 연재를 끝내기까지 몇 개월 동안 정성껏 써 내려간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오디오북이 도입되자마자 녹음 제작되기도 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전까지 미스터리물만 주로 써오던 작가가 연애소설도 능청스럽게 잘 써낸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으로, 이시다 이라는 이 연작 시리즈를 내면서 ‘연애소설의 명수’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슬로 굿바이》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모두 20대다. 20대답게 화끈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지만 끝맺음은 대체로 ‘쿨하다’. 사귈 때는 체취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딱 붙어 있었지만 헤어진 지 3주 만에 새 여자 친구를 만나는 가벼운 사이, 이유도 모른 채 이별을 통보받고도 왜냐고 묻지 않는 남자와 한참 후에야 그 이유를 말해주는 옛 여자 친구, 이름을 속여 말하고 닉네임으로만 대화하거나, 랜선 연애 혹은 가짜 연애를 하는 등의 독특한 소재들을 다루면서 다소 헐거운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현대 젊은이들의 삶을 소설에 녹여낸다.
이시다 이라의 작품은 밝고 경쾌한 문장, 강한 흡인력, 빠르고 기분 좋은 전개, 도시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의 이런 장점은 어찌 보면 서글프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무겁게 전달하지 않고 기어이 달달한 연애소설로 탈바꿈시킨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엔가는 있을 법한 독특한 연애담
만남과 헤어짐, 격정과 권태, 연애의 모든 순간이 펼쳐지는 열 가지 이야기

이시다 이라는 이 작품집에 작정하고 독특한 연애담만을 모아 놓았다. 하나같이 어느 익명 게시판에서 조회 수깨나 높았을 것 같은 흥미진진한 연애 이야기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각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애에게 매력을 느껴, 그녀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몇 달 간 추녀 성애자로 살면서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는 남자 이야기 <You look good to me>,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며 상대를 무한정으로 소개해 주려는 주변 사람의 성화를 피해서 가짜 연애를 시작한 커플 <연인인 척하기>, 콜걸과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데이트 거래’를 하는 <진주 컵>, 새로 발굴한 작가와 매번 사귀고는 그가 유명세를 얻은 후에는 더 이상 교제하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선이 주는 기쁨> 등 작품 속 주인공들의 연애는 일반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20대의 연애답게 열정적인 구석도 있다. 카페에서 새로 사귀게 된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화끈한 전 여자 친구와의 뜨거웠던 여름날을 회상하는 <십오 분>, 사람들 앞에서 ‘우린 석 달이나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하트리스> 주인공의 화통한 모습은 놀랍다.

“너는 지난 석 달 동안, 나한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어. 나는 아직 젊은데 석 달이나 섹스하지 않았다고. 올여름은 아주 훌륭하게 처녀였지.”
한 남성이 민망해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눈인사로 가볍게 양해를 구한 뒤, 닫힘 버튼을 눌렀다. 천천히 문이 다 닫힐 때까지 엘리베이터 안의 시선은 레이코와 유타에게 쏟아졌다.
“그런데 징그럽다니.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걸 입고 왔는데!” - <하트리스> 중에서

때로는 답답하고 불편한 상황들이 전개되기도 한다. <하트리스>에서는 일에 치여 고달픈 나날이 계속되는데다, 각자의 타이밍이 어긋나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시간들이, <슬로 굿바이>에서는 전 여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와 어째서 자신과 헤어질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를 뒤늦게 알게 된 주인공이 한참을 혼란해 하다가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기까지의 안타까운 과정이 전개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이 모든 순간이 연애의 한 단면이자 전부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사귀고 있는 두 사람만의 이야기다.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모든 주변의 것들로부터 이 별것 아닌 연애를 의미 있게 만들고 있다.

헐거운 인간관계, 쿨한 이별 …… 점차로 옅어지는 연애의 농도
‘초식남’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한 문제적 작품

이시다 이라의 작품은 꾸준히 나오키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작품이 이러한 지지를 얻는 이유는 감각적인 문체를 통해 드러나는 메시지에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자기주장이 없어지고 외로움을 타면서도 인연이 와주기를 기다리고만 있다. 채팅 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람과의 랜선 연애 같은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만남은 유행하는데 제대로 얼굴을 맞대고 교제하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세태 이면에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인한 청년 실업률의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더불어 빠르게 진행되는 젊은이들의 미혼화, 만혼화 현상이 이번 작품집 속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작가는 20대의 연애를 다루면서 점차로 그 농도가 옅어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작가는 이후로도 이러한 현상을 간과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는데, 소설 속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우리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난 괜찮아, 라고 했다. 하나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역시 착하네. 세이지와는 전혀 달라.”
착한 게 아니었다. 나는 우유부단해서 남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누구나가 인생의 주역이 되고 싶어 하지만, 꿈이고 사랑이고 성공이고, 어째서 그렇게 힘든 것에 다들 손을 대고 싶어 하는 건지. 그쪽이 신기했다. - <울지 않는다> 중에서

또한 이시다 이라는 이 소설을 통해 ‘초식계’ 남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울지 않는다>에서는 2년간 사귀던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부여잡느라 아예 마음이 굳어 버린 여자애를 곁에서 다독이며 지켜보는 순정남이 등장한다. 사랑이나 성공 같은 힘든 것에 어째서 굳이 손대려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관찰하는 자세로 바라봐 주는 착한 남자다.
소설에서는 이런 성향들이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갈등의 요소가 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꿈의 파수꾼>처럼 묵묵히 작가 지망생 여자 친구의 뒷바라지를 감당해 내거나, <낭만 휴일>에서처럼 세상과 단절된 사람에게도 소통의 끈을 제공하는 존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주중에 한 편씩 읽고, 주말엔 ‘씩씩하게’ 데이트를 나가세요”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지 괜찮습니다!

《슬로 굿바이》는 어찌됐든 주인공이 행복한 이야기이자 달달한 연애소설이다. 사랑마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면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읽고 나면 달착지근한 취기가 오르는 이야기로 열 편을 채웠다. 시종 쓸쓸하고 안타까운 분위기를 풍기는 표제작 <슬로 굿바이>마저도 이별의 이유를 깨닫게 된 후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이별이 주는 나름의 긍정적인 이유를 찾아내고야 만다.
소외된 개인이 사랑에 눈뜨면서 점차로 관계 회복의 전개가 이뤄지기도 한다. 모자 없이는 외출하지 않을 정도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면서도 남자 친구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차츰 마음을 열고 자신을 회복해 가는 <You look good to me>의 미운 오리 새끼는 닉네임 그대로 연애를 계기로 반짝이는 자아를 찾아 나가고, 독방에서 고립된 채 하루하루를 견디던 <낭만 휴일>의 유키는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다가와 준 상대와 수십 년 세월을 건너뛴 채 소통을 시작하기도 한다.

열 편의 이야기가 전부 다른 분위기에 다른 톤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이 작품집을 읽는 기쁨이다. 사랑에는 공식이 없는 법.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든 괜찮다. 작가는 각양각색의 커플을 이토록 다채로운 색채로 그려내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어쩌면 지금 잘하고 있다고, 두둔하고 응원해 주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 이시다 이라는 《슬로 굿바이》를 통해 독자에게 연애를 한번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연애를 아름답게 완성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어느 과정에 있든, 어떤 연애를 했든 이 순간이 소중하다. 사랑이란, 또 연애란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해 어른의 관문을 넘는다.

이 책은 어떤 식으로 읽어 주시든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멋대로 상정한 조건이 있으니 참고해 주시면 기쁘겠군요.
1. 되도록 공복을 피해서 매일 밤 침대에 갖고 간다.
2. 자기 전에 한 알이나 두 알씩, 천천히 복용한다.
3. 주중 5일 동안 다 읽으면 주말에는 씩씩하게 데이트를 나간다.
—‘작가의 말’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바람은 전부 일곱 번이야. 그렇지만 내가 사귀었던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냐. 세이지는 스기모토가 모르는 좋은 점도 있었어.”
돌발적인 분노는 겨우 잠잠해지려고 했다. 목소리의 크기를 바꾸지 않고,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알아. 그렇지만 나쁜 건 하나야. 하나가 울지 않으니까 안 되는 거야. 지금도 세이지를 좋아하면서 그걸 인정하지 않잖아. 심하게 상처 받았으면서 그걸 감추려고 해.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시작하지 못하는 게 있는 거야.”
점점이 떠 있는 등뼈의 돌기 옆에 진한 그림자가 두 가닥 생겼다. 하나의 등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 32~33p <울지 않는다>

“난 꽤 즐거운걸. 난 취하면 키스 귀신이 돼 버려. 아까부터 오늘은 누가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냐.”
유미의 눈이 아몬드 모양으로 치켜 올라갔다. 눈동자 역시 구운 아몬드처럼 밝은 갈색. 눈 밑의 볼록한 애교 살이 매서운 인상을 완화해 주었다. 그녀는 나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줄곧 내 눈을 보고 있었다.
“세토, 그거 누군지 알아?”
누구라도 대답을 알 수 있는 수수께끼였다. 나 역시 그렇게까지 둔하지 않다.
“난가.” ― 41p <십오 분>

그 봄날 밤 이후로 나는 미운 오리 새끼와 종종 파라다이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사만 할 때도 있고, 가끔 한 시간 이상 키보드를 두드리며 농담을 하거나 서로 웃기도 하고, 어릴 때 추억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의 거리를 두는 태도에 변화는 없었다. 일정한 선을 넘어 친밀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스스럼없이 틈을 보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애인이 있는 친한 동급생이나 직장 동료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못생겼으니까” 콤플렉스 탓인가 생각했지만, 나는 신중하게 그 화제를 피했다. 섣불리 언급했다가는 그녀가 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풀숲에 숨은 메뚜기 같았다. 멀리서 마른 가지를 밟는 발소리만 감지해도 폴짝 뛰어서 다른 풀로 숨어 버린다. 못생김에 대한 그녀의 신경은 지나치게 예민했다. ― 72p <You look good to me>

“당신은 왜 여자를 사귀지 않아요? 전혀 상관없지만, 혹시 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에토 준코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했다. 노출 콘크리트의 까슬까슬한 벽면과 겉으로 나와 있는 시커먼 에어컨 배관이 배경이었다. 촛불이 켜진 레스토랑보다 에토 준코에게 잘 어울렸다.
“마음만 먹으면 여자를 사귀겠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다들 너무 연애 의존증이에요. 언제나 설레고 싶어 하고, 하이에나처럼 쉼 없이 사랑을 찾아다니죠. 텔레비전의 유치한 러브 스토리를 너무 많이 봤어요. 병입니다.”
“흐음.” ― 100~101p <연인인 척하기>

조그마한 전단 오른쪽에는 ‘시부야 최초의 슬림하고 키 큰 아가씨 전문점! 체인지・2회전 오케이!!’라고 금색 글씨가 자랑스럽게 박혀 있었다.
가장 최근에 여자와 잔 게 언제였더라. 적어도 1개월 단위로 손가락을 꼽아야 할 옛날이었던 건 확실하다. 히로토는 귀찮은 일이 싫었다. 혼자 사는 히로토에게는 이 세상에 귀찮은 일이 두 가지 있다. 일과 연애. 작은 편집 프로덕션에서는 일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건 번거로운 것을 싫어해서 착수하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히로토는 일에서는 유효한 이 힘을 여성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 일은 하지 않으면 생활을 해나갈 수 없지만, 연애는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쾌적하게 살 수 있다.
히로토는 좁은 전화 부스에 멈춰 서서 잠시 그 전단을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찢어지지 않도록 뜯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지루해 보이는 표정 그대로, 먼지로 부예진 유리 상자를 나와 시부야 거리로 돌아왔다. ― 120p <진주 컵>

그쪽 세계를 잘 모르는 시로지만, 아주 확률이 낮은 일이란 건 알고 있다. 연속극을 의뢰받아 화면에 이름이 나오는 각본가는 극히 소수의 잘나가는 작가뿐이다.
시로는 요코의 꿈을 응원하고는 있지만, 실현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때야말로 자신이 있었다. 시로는 안전망 같은 것이다.
…… 요코는 아이처럼 꿈을 꾸는 사람이니 하늘만 보다가 발밑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꿈이 깨져서 높은 곳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 자신에게는 요코처럼 꿈을 꿀 힘은 없지만, 그럴 때 그녀를 지탱해 주는 매트리스 정도의 역할이라면 분명 할 수 있다. 마치 지금 밤샘을 한 요코가 쌔근쌔근 자고 있는 부드러운 침대처럼.
시로는 잠든 요코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요코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매트리스 끝에 살며시 누웠다. ― 155p <꿈의 파수꾼>

그날 밤 메일을 보내고, 평소보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어둠 속에서 본 적 없는 유키를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러면 다음 날이 빨리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즈키는 어느 샌가 새로운 아침을 기대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자신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연애를 하는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 그때부터 거의 매일, 밤마다 짧다고는 할 수 없는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미즈키의 일상이 되었다. 유키에게서는 다음 날이면 반드시 답장이 와 있었다. 서로의 핵심은 언급하지 않는 소소한 화제가 많았지만, 그래도 미즈키는 만족했다. 내용보다 미즈키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유키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기뻤다. ― 183p <낭만 휴일>

“그렇게 사치스러운 소리만 하니 일 년 반이나 남자 친구가 안 생기는 거예요.”
너처럼 열두 살 이상 연상인 유부남한테 끌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지만, 사쓰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키네는 일과 관련된 지인 중에 몇 안 되는 사쓰키의 이해자로, 사쓰키네 회사에서 발행하는 홍보지 아트디렉션을 맡고 있는 ‘트랜스 페어런트’라는 디자인 회사 대표였다.
“그렇지만 지난 십이 년 동안 그런 사람이 네 명 있었어.”
“벌써 몇 번째 들었어요. 화가 두 명, 유리공예가와 도예가 한 명이죠. 그런데 기껏 재능을 발견하고 함께 애써 놓고, 어째서 성공하면 헤어져요? 프러포즈도 거절하고.”
그것은 사쓰키도 잘 모른다. 하지만 상대가 명성을 얻는 순간, 왠지 마음이 식어 버린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마음의 움직임이었다. 화가 중 한 명인 나오키는 울면서 헤어지지 말아 달라고 매달렸지만, 상대를 자를 때의 사쓰키는 여느 여자들보다 차가웠다. ― 249p <선(線)이 주는 기쁨>

후미히로의 친구 사이에서는 여자 친구와 능숙하게 헤어지는 것이 예의였다. 대판 싸우거나 눈물 바람을 하는 이별은 최악으로, 둘 사이에서라면 몰라도 다른 친구 앞에서는 깨진 커플들도 록밴드 해산 회견처럼 깔끔하게 했다.
앞으로 나아갈 음악성이 좀 다를 뿐입니다.
누구든 발전적이면서 담백한 연인 관계 해소라고 하는, 거의 승산 없는 투쟁을 연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날 후미히로와 와카코도 흔히 사용하는 엔딩 방법을 시도하게 되었다.
굿바이 데이트.
…… 인간이 하는 일의 9할은 자신도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 하는 것이다. 사용한 휴지처럼 지저분한 탤런트의 인터뷰를 사탕 같은 말로 꾸며 준다. 다른 남자로 바꿔 탄 동거 상대와 추억의 데이트 코스를 한 바퀴 돈다. 둘 다 바보 같은 짓인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왕 하려면 제대로 할 수밖에 없다. ― 278p <슬로 굿바이>


 

작가의 글

울지 않는다
십오 분
You look good to me
연인인 척하기
진주 컵
꿈의 파수꾼
낭만 휴일
하트리스
선(線)이 주는 기쁨
슬로 굿바이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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